아낙시메네스의 생애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밀레토스 사람이고 아낙시만드로스의 제자이자 동료라고 전해진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아낙시만드로스보다 어느 정도 젊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생존 연대도 불확실하다. 아낙시메네스에 대한 자료들의 대부분은 학설지 저자들(심플리키오스, 아에티오스 그리고 히폴뤼토스)에 의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언급은 몇 구절에 불과하고 길이도 짧다(『형이상학』에서 실체로서의 공기, 『기상학』에서 태양의 움직임과 지진의 원인에 대한 언급이 전부다). 아낙시메네스가 사용한 문체( 단순하고 간결한 이오니아식 문체')에 대한 평은 그가 책을 썼음을 시사한다.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근원적인 실체로 보았다. 공기는 이른바 4원소(물·불·흙· 공기) 가운데 하나다. 어떤 성질도 갖지 않는 성질도 갖지 않는 중적인 원리(아페이론)를 가정하여 대립자들을 설명하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과 비교해 보면, 특정한 성질을 갖는 사물을 근원적인 실체로 놓는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은 일견 후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론 이란 이해 가능하며 실제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보자면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은 큰 약점이 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우 리의 경험에 낯설고, 묘사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를 우리가 제시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더구나 우주의 산출(발생)에 대한 설명에서 대립자들의 산출과정은 기원이 모호한 어떤 것('산출자')에 의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아낙시메네스의 공기가 아페이론보다 우수한 원리이다.
변화의 원리를 포함하는 단일 실체로서의 공기는 우주 내 사물들의 폭넓은 다양성을 이 해 가능한 방식으로 산출해 낸다. 공기는 다른 형태를 띨 수 있으며, 조건이 맞으면 다른 유형의 실체가 되기조차 한다. 공기는 적당히 희 박해지면 불이 되고, 적당히 응축되면 바람이 되고 물, 땅, 등등이 된다.
이런 설명은 물의 결빙과 얼음의 해동, 물의 증발과 구름의 응결 등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들을 통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은 이런 현상들에 대한 반성이 뒷받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동일한 사물이 다른 형태를 띠며 바뀌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탈레스에서 의문시되는 문제("물이 만물의 근원이라면 왜 모든 것은 물의 성질을 갖지 않는가?")에 답을 준다.
모든것은 공기의 성질을 갖는다. 공기는 조건에 따라서 불이 되고 물이 되고 등등이 되므로 불, 물, 등등의 성질을 가진다. 그리고 공기가 이런 성질들을 취하는 과정을 규정하는 희박과 응축은 아낙시만드로스의 모호한 과정('분리' 또는 떨어져 나옴)보다 우리에게 친숙하다. 희박과 응축이 뜻하는 바는 알기 쉬우며 표현은 둘이지만 하나의 원리 (밀도 차이)로 연결된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대립 쌍은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라면, 아낙시메네스의 이론에서는 '희박과 응축(또는 느슨함과 촘촘함)’이다. 희박과 응축은 대립 쌍이지만, 아낙시만드로스의 대립 쌍과는 달리, 밀도 차이라는 양적인 개념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낙시메네스는 자신의 이 대립 쌍을 사용해서 아낙 시만드로스의 대립 쌍을 설명한다. 희박해진(느슨해진) 숨은 따뜻하고, 응축된(촘촘해진) 숨은 차갑다. 온과 냉은 이처럼 희박과 응축으로, 즉 밀도의 차이에 의해서 연결되며 따라서 설명 가능한 것이 된다. 그런 만큼 아낙시메네스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 것이다. 세계는 서로 연관된 현상들의 범위가 증가함에 따라 이해의 정도도 증가한다.
이 희박과 응축은 운동과 변화의 원인이 되는 원리는 아니다. 이것을 운동의 원리로 놓는다는 것은 운동의 대상이 되는 사물과는 별개의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그런 뜻의 운동 원리는 엠페도클레스에서 처음 나온다. 응축과 희박은 공기에서 일어나는 일, 즉 공기의 운동 양태를 묘사한 말이다. 공기는 언제나 움직인다. 공기의 움직임이 감지될 정도로 매우 활발할 때, 그것은 바람이며 이미 어느 정도 응축된 형태이다. 이와 같이 움직임의 정도에 따라 공기가 어떤 장소에서는 응축되고 어떤 장소에서는 희박해져서 다른 물체들이 생기게 된다고 아낙시메네스는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물체들이 생기는 과정에 대해서 전거들은 공기가 희박해지면 불이 되고, 응축되는 정도에 따라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며 물, 흙, 돌이 된다고 일관성 있게 증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아낙시메네스는 모든 종류의 자연물이 공기에서 직접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형태의 사물들(불, 공기, 바람, 구 름, 물, 흙, 돌)이 있고 다른 종류들은 그것의 복합물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공기는 불이나 물 등과 마찬가지로 다른 물체들 의 구성 성분으로 동등하게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복합체들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아낙시메네스의 설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 기본적인 사물들이 엠페도클레스에서 처음 등장하는 원소들(물, 불, 흙, 공기)과 같은 것은 아니다.
원소(stoicheion)는 다른 것을 구성하지만 자신은 다른 것에서 생기지 않는다. 아낙시메네스에서 불이나 물 등은 공기에서 생긴다. 게다가 공기도 다른 것에서 생긴다는 언급이 있다. 공기가 불이나 물을 구성하는 원소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가 응축되는 정도에 따라 바람이 되고 물이 되듯이, 거꾸로 물이 이 희박해지는 정도에 따라 공기가 된다. 이처럼 아낙시메네스가 생각하는 밀도 차이에 따른 변화는 원소들의 결합과 변화와는 다른 것이다.
공기도 다른 사물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그리고 자연의 다른 복한 물들을 형성 하는데 물이나 불, 흙 등도 공기와 동등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면, 아낙시메네스는 왜 공기를 사물의 기본 형태로 여겼을까? 희랍 말로 아에르(aer)로 불리는 '공기'는 보통 어두운 안개를 뜻하지만, 아낙시메네스의 아에르는 우리의 공기(대기) 개념에 한층 더 가까운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 공기는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처럼 범위가 무한히 광대하다. 그것은 모든 것들을 에워싸며 그래서 무한정한 것(아페이론)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실로 공기는 분화된 세계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공기는 숨(프네우마)에 비교된다. 숨은 전통적으로 우리의 혼 또는 생명의 원리로 이해되었다. '공기-혼'을 숨-세계 에 비교하는 대목에서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마치 세계의 숨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공기) 쉬는 인간이 살아 있듯이 공기(숨)가 감싸는 세계도 살아 있다.
(이런 식으로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와 아낙시만드로스에서 보게 되는 가정, 즉 만물이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 있다는 가정을 공유한다).
그러니까 공기는 사람 속에서와 똑같은 역할을 우주에서도 한다. 그렇다면 공기는 우주를 둘러싸며 그것에 스며들어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있도록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은 인간과 우주는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기능도 유사하다는 이른바, 대우주-소우주 관념의 시초라 할만하다.
이런 관념 아래서 아낙시메네스가 어느 정도까지 우주를 살아 있는 거대한 유기체로 취급하고자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철학 이전의 통속 적 세계관과 타협한 흔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기가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혼의 우주적 등가물이라는 이해는 통속적 세계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며, 아낙시메네스가 공기를 근원적인 물체로 선택하게 된 중요한 동기였음에 틀림없다.
이처럼 만물을 살아 있게 하는 공기는 신적인 것 내지는 신이라고 생각되었을 법하다. 아낙시만드로스의 근원적인 실체인 아페이론도 신적인 것으로 간주되기는 마찬가지였다(아리스토텔레스는 대부분의 자연철학자들이 자신들의 근원적인 질료를 신적인 것 으로 여겼다고 말한다). 전거들은 아낙시메네스의 공기가 신적인 속성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신들이 생겨나는 근원이라고도 말한다.
이것은 올림포스 종교를 자연철학에 포함시키려는 아낙시메네스의 시도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아낙시메네스가 신들의 존재를 실제로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는 증거는 없을지라도 전통적인 신관을 비판하는 일에 크세노파네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선구자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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